2026.03.15 (일)

  • 흐림동두천 3.2℃
  • 흐림강릉 4.8℃
  • 흐림서울 6.4℃
  • 흐림대전 5.1℃
  • 흐림대구 5.2℃
  • 흐림울산 6.2℃
  • 흐림광주 4.9℃
  • 흐림부산 7.1℃
  • 흐림고창 2.2℃
  • 맑음제주 5.6℃
  • 흐림강화 4.9℃
  • 흐림보은 3.0℃
  • 흐림금산 2.9℃
  • 흐림강진군 3.5℃
  • 흐림경주시 3.2℃
  • 흐림거제 4.6℃
기상청 제공

미디어

독서하는 지방자치단체장이 필요하다

[전북더푸른뉴스 정기원 칼럼]

 

지방자치는 생활정치다. 도로의 포장 상태, 아이들이 뛰노는 놀이터, 어르신 을 위한 돌봄 정책, 청년들의 일자리와 문화 공간까지 모두 지방정부의 손 에 달려 있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장의 생각과 철학은 곧 지역의 미래가 된다. 나는 오늘 분명히 말하고 싶다. 우리 지역에는 독서하는 지방자치단체 장이 필요하다.

 

행정은 단순한 관리가 아니다. 수많은 이해관계와 복잡한 사회 문제를 조율하고, 장기적 비전을 세우며, 시민의 삶을 균형 있게 돌보는 일이다. 이런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폭넓은 시야와 깊은 통찰이 필요하다. 그 통찰은 어디에서 오는가. 현장의 경험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다양한 사상과 역사, 정책 사례와 타 지역의 성공과 실패를 배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바로 독서다.

 

책을 읽는 단체장은 보고서를 다르게 본다. 숫자와 통계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사람들의 삶을 읽는다. 복지 예산을 논의할 때 비용이 아니라 존엄을 생각하고, 교육 정책을 세울 때 성적이 아니라 성장의 기회를 고민한다. 이는 독서를 통해 타인의 삶을 상상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독서는 공감의 힘을 키우고, 공감은 좋은 정책의 출발점이 된다.

 

또한 독서는 지도자를 겸손하게 만든다. 한 권의 책은 나보다 더 깊이 생각한 사람을 만나게 하고, 더 넓은 세상을 보여준다. 책을 읽는 지도자는 자신이 모든 답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하지 않는다. 그는 질문하는 법을 알고, 경청하는 법을 안다. 독서는 권력을 절제하게 하고, 독단을 경계하게 한다. 그래서 독서하는 단체장은 빠른 결정보다 바른 방향을 선택하려 애쓴다.

 

오늘날 지방정부는 문화와 평생학습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작은도서관 하나가 아이들의 미래를 바꾸고, 독서동아리 하나가 마을 공동체를 회복시킨다. 책을 가까이하는 단체장은 도서관을 단순한 시설이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 플랫폼으로 본다. 독서를 장려하는 정책은 단기간에 성과가 드러나지 않을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지역의 품격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투자다.

 

나는 꿈꾼다. 매달 시민과 함께 한 권의 책을 읽고 토론하는 시장, 정책 브리핑 자리에서 인문 고전을 인용하는 지방자치단체장, 공약집만큼이나 자신의 독서 목록을 공개하는 장을. 지도자가 먼저 읽을 때 시민도 읽는다. 지도자가 배우려 할 때 지역도 성장한다.

 

지방자치는 결국 사람을 세우는 일이다. 사람을 세우는 일은 생각을 세우는 일이며, 생각을 세우는 가장 기초가 독서다. 독서하는 지방자치단체장. 그가 있는 지역에는 깊이가 있고, 품격이 있으며, 미래가 있다.

 

정기원 박사, 강서대학교 특임교수, 전북 더푸른뉴스 고문